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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16. 16:04 - rockchalk

경희대가 고려대의 3-2지역방어를 깨지 못한 이유

고려대가 경희대를 꺾고 2013 대학리그 플레이오프를 우승했다. 경희대는 전반전부터 김민구의 폭발적인 내외곽 득점 그리고 고려대의 턴오버를 속공으로 연결시키며 경기를 장악했다. 3쿼터 한 때 18점차까지 앞서 나가 김민구, 두경민, 김종규가 대학 마지막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고려대가 3:2 지역방어를 쓰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다. 3쿼터 6분 44초에 59:41로 끌려가던 고려대는 작전타임 후 3:2 지역방어로 수비를 바꿨다. 경희대는 3쿼터 후반부터 공격이 턱 막히면서 다 이긴 경기를 역전패 당했다. 


고려대가 수비를 3-2지역방어로 바꾼 이후부터 경기 끝날 때가지 16분여동안 단 12점에 그쳤다. 그나마도 김민구가 샷클락이 때문에 던진 게 들어가서 그렇지 사실상 9점이다. 거기다 3점 하나는 사실상 패스미스인데 배수용한테 공이 흘러가서 3점. 어떻게 보면 6점이라고 볼 수도 있다. 



경희대의 지역방어 공격 play by play


59:43 김종규한테 하이포스트 투입 : 김종규 돌파 레이업을 이종현한테 블락 당함.


59:46 외곽에서 볼 돌리다 김영한 3점슛 에어볼


59:49 코너에서 돌파 후 풀업 미스 -> 반대 스페이싱 백스크린


59:49 하이포스트 투입된 후 고대에서 맨투맨으로 변경. 김민구 윙 픽앤롤 돌파 더블클러치 레이업 미스


59:49 탑에서 커팅하는 두경민한테 볼 투입 후 두경민이 베이스라인 커팅하는 김종규한테 어시스트. 김종규 덩크


61:49 김종규가 코너에서 공을 가지고 있다가 커팅한 두경민한테 패스. 두경민이 이종현을 앞에 두고 슛을 못 쏘고 킥아웃. 고대 로테이션 중 김민구한테 돌파 허용. 김민구 더블 클러치 레이업 성공


63:52 하이포스트 투입 후 외곽으로 다시 빼줘서 돌리다 두경민 오픈 3점 미스. 


63:52 하이포스트 투입 후 반대로 빼줬으나 슛 쏘지 못함. 다시 반대로 돌린 후 김종규가 베이스라인 커팅하면서 패스를 받아 골밑슛 올라갔으나 이종현한테 블락당함. 


63:52 페인트존으로 쇄도한 김민구한테 패스. 김민구 슛 미스.


63:52 커팅하는 두경민한테 패스. 두경민이 외곽으로 빼줬으나 찬스 나지 않음. -> 김민구가 동시에 커팅 들어오는 바람에 외곽에서 나야한 2:1 찬스가 나지 않음. 


63:54 하이포스트 투입 후 코너로 패스. 다시 윙에 있는 두경민한테 패스. 두경민 3점슛 불발


63:54 김민구 탑에서 1:1 돌파. 턴오버


4쿼터


63:56 외곽에서 볼 돌리다 코너에서 3점 오픈 찬스. 3점 미스


63:56 하이포스트 투입 후 킥아웃. 두경민 3점 미스


63:56 하이포스트 투입 후 킥아웃. 두경민 3점 미스


63:59 하이포스트 투입 후 다시 외곽으로 패스. 두경민 돌파 턴오버 -> 스페이싱 나쁨


63:61 하이포스트 투입 후 반대로 패스(?). 배수용 3점슛 성공


66:63 외곽에서 볼 돌리다 김민구 3점슛. 


69:63 커팅하는 두경민한테 하이포스트로 볼 투입. 두경민 쏘지 못하고 끌고 나온 뒤 김민구한테 패스. 김민구 3점슛 미스. 


69:63 김민구 돌파 후 킥아웃. 김영한 돌파 후 플로터 실패. 


69:63 윙에서 돌파 후 킥아웃. 김민구 다시 돌파 턴오버. 


69:63 김민구 코너에서 돌파. 턴오버 될 뻔하나 터치아웃. 


69:63 코너에서 킥아웃 후 김영현 돌파 플로터 실패.


69:63 하이포스트 투입. 배수용 레이업을 이종현이 블락


69:65 하이포스트 투입. 김민구 레이업 실패


69:65 김민구 속공 3점 실패


69:68 코너로 패스. 이승현이 늦게 나와서 김영현 코너 3점. 실패.


69:68 코너에서 두경민 돌파. 레이업 미스


69:70 숏코너 투입. 김종규 스핀무브 레이업 성공


71:72 외곽에서 볼 돌리다 김영현 3점 실패.


71:74 외곽에서 볼 돌리다 김민구 3점 실패.


71:74 김영현 3점 시도. 이종현이 블락.


71:74 김영현 3점 실패.




경희대의 존 오펜스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특별한 패턴 없이 외곽에서 볼을 돌리며 순차적으로 하이포스트로 들어오는 선수들한테 불을 투입해서 공략했다. 지역방어를 상대로 하이포스트 투입은 훌륭한 선택이지만 단순히 하이포스트에 볼이 투입된다고 한다고 자동으로 존이 깨지지 않는다. 하이포스트 투입 후 나머지 선수들의 스페이싱과 하이포스트에서 볼 소유자의 판단력이 중요하다. 수비수의 위치에 따라 직접 슛을 쏠 것인지 돌파를 할 것인지 반대로 패스를 할 것인지 등을 순간적으로 빨리 결정해야 한다. 하이포스트에 볼이 들어가면 말 그대로 순간적으로 찬스가 날 뿐이다. 수비가 다시 매치업하기 전 그 짦은 순간에 오픈 슛을 찾아서 성공시켜야 한다. 패스가 한 박자 느리거나, 패스가 부정확해서 슈터가 슛을 바로 올라가지 못하거나, 슛이 자신 없어서 바로 올라가지 못하는 그 모든 머뭇거림이 존을 난공불락인 성벽으로 만든다. 



경희대 존 오펜스의 문제점


1. 하이포스트 투입 시 스페이싱 

경희대는 전체 31번 공격권에서 절반에 가까운 15번 하이포스트에 볼을 투입했다. 그 중 득점으로 연결된 경우는 턴오버일뻔한 패스가 배수용한테 굴러가서 3점을 성공시킨 적 딱 한번이다. 하이포스트에 잘 투입하고도 번번이 득점하지 못한 것은 두경민과 김영현의 3점슛이 불발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스페이싱이 좋지 않았다. 하이포스트로 투입하는 훈련까지는 잘 된 것 같지만 그 이후 전체적인 움직임에 대한 연습은 거의 안된 것 같다.


3:2 지역방어는 뒷선이 2명이기 때문에 존 오펜스에서는 대부분 뒷선 쪽으로 공격수 3명을 배치시켜서 수적 우위를 점하려고 한다. 그 경우 만약 앞선을 통과해서 하이포스트(혹은 코너)로 패스를 보낼 수 있다면 순간적으로 3:2 찬스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경희대의 스페이싱을 보면 외곽들이 코너에 있지 않고 죄다 윙쪽으로 올라와있기 때문에 어떤 수적 우위 상황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2. 코너에서의 적극성이 부족

예전에 썼던 SK 나이츠의 드랍존 공략법에서 코너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3:2지역방어는 드랍존의 모태인만큼 똑같이 뒷선이 두 명이라 코너가 취약하다. 따라서 코너에 공을 보낸다는 것은 수비 뒷선이 수적 열세라는 점을 공략하는 것이다. 더불어 빅맨을 외곽으로 끌어내서 미스매치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경희대는 코너 및 숏코너에서 6차례 공격했지만 김종규의 환상적인 스핀무브에 이은 레이업 외에는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코너쪽에서 슛 시도 자체가 별로 없었다는 것 자체로 최부영 감독이 선수들에게 제대로 된 존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3. 두경민의 부진

경희대가 존을 상대로 고전하기는 했지만 이미 19점차까지 앞서있었기 때문에 슛을 몇 개만 넣어도 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두경민의 활약이 아쉽다. 두경민은 오픈 3점을 3차례 놓쳤고 코너에서 잘 돌파한 다음에 레이업도 못 넣었다. 뿐 아니라 존 오펜스를 하면서도 포인트가드로서 적재적소, 즉 코너로 볼을 보내지 못했고 볼 반대에 오픈 찬스일 수 있는 선수를 보지 못한 장면도 두어차례 있었다. 



4. 이종현의 미친 존재감

마지막으로 존 수비가 잘되려면 좋은 센터가 림을 지켜야 한다. 이종현은 그 역할을 150% 수행했다. 방금 언급한 두경민의 레이업도 이종현의 존재감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그 외에도 김영현의 중거리슛 3점슛을 블락, 김종규의 골밑슛 블락, 배수용의 레이업 블락 등 결정적인 순간에서 실점을 막아줬다. 야구에서 DRS(Defensive Runs Saved)라는 스탯이 있다. 특정 수비수가 평균적인 수비수에 비해 얼마나 실점을 막았느냐를 측정하는 기록이다. 만약 농구도 이 같은 기록을 측정한다면 이종현의 DRS는 최소 10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