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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2. 23. 16:47 - rockchalk

정영삼의 진가

032의 인기가 치솟고 있어 뿌듯하다. 신인왕 경쟁에서도 다른 주자들을 역전해 한발 앞서 나가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고 힘을 싣기 위해 정영삼과 신인왕 구도에 대해 적어본다.

정영삼의 돌파나 향상된 슛 그리고 승부처에서 더욱 빛나는 그의 플레이에 사람들이 환호한다. 외국인 선수를 상대로 스핀무브로 제끼고 레이업을 달고 올라가는 등 화려한 플레이는 단지 잘한다는 생각을 뛰어넘어 같이 호흡하고 감정을 이입시키게 만든다. 한창도 해설위원이 예전에 누누히 말했던 '팬들을 즐겁게 하는 선수'가 정영삼이다. 중앙 선데이와의 인터뷰 시에도 정영삼을 묘사할 때 '감동을 주는 플레이'라 했다. 너무 막연하다고 했지만 그 이상 더 잘 설명할 수가 없는 것 같다. IloveNBA의 포에버U님은 가슴을 뜨겁게 하는 선수라고 했다. 슬램덩크의 윤대협이라고 하면 될까? 공을 잡으면 뭔가 해줄 것 같은 기대감을 안겨주는 선수다.


남성현님께서 올려주신 LG전 정영삼 하이라이트



상대팀의 수비를 바꾸게 만드는 선수

눈으로 보이는 화려한 기술도 기술이지만 정영삼의 진가는 상대가 그를 어떻게 수비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먼저 1:1 수비. 각 팀은 가장 뛰어난 외곽 수비수를 정영삼에게 붙인다. 고로 정영삼이 만들어내는 플레이는 항상 상대의 최고 수비수를 상대로 한 집중 견제 속에서 이루어진다. 어제 LG와의 경기에서는 조상현의 공격력을 포기하고 박범재를 주전으로 출전시켜 정영삼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영삼의 존재가 상대 라인업에 영향을 준 것이다.

픽앤롤 수비는 정영삼의 기복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3개월여 짧지 않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들은 벌써 여러차례 정영삼 수비법을 바꿨다. 처음에는 스크린 뒤로 빠져나가는 슬라이스 내지 언더였다. 흔히 외곽슛이 안 좋은 선수들을 상대로 한 수비법이다. 외곽슛이 약하다고 지적받았던 정영삼을 상대로 슬라이스를 했는데 정영삼이 스크린 뒤에서 슛을 넣자 이 수비법을 버려야 했고 지금은 거의 그렇게 못한다. 정영삼이 시즌 초반에 스크린 뒤에서 3점슛 쏘는 장면이 많이 나온 이유다.

그 후 상대들이 정영삼 픽앤롤시 빅맨이 헬프하도록 수비를 바꿨다. 정영삼이 스크린 뒤에 숨어서 슛을 못 쏘게 '헷지'(hedge)를 했다. 처음에는 고전했으나 스크린 건 선수에게 하는 패스가 늘면서 이 마저도 격파했다. 최근 2:2 플레이 후 카멜로 리에게 오픈 찬스가 많이 났던 이유다.

어제 LG와의 경기에서는 아예 스위치를 했다. 이 스위치의 의미는 대단한 것이고 정영삼의 공격에 대한 respect가 얼마만한지 알 수 있다. 정영삼이 2:2 했을 때 스위치를 한다는 것은 조상현이 카멜로 리를 포스트에서 막아야하는 미스매치를 감수하더라도 정영삼의 돌파와 슛을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렇게 상대가 수비를 바꾸게 만들 수 있는 선수는 KBL에 몇 없다.


외국인 선수들이 극찬하는 사나이


- 작년 드래프트 후 팀 훈련에 합류해서 연습하는 도중 Kimani Ffriend가 "정영삼은 우리 선수인데 왜 지금 출전 못 시키냐?" 며 아쉬워했던 일화는 이미 많이 알려졌다.

- Terrence Shannon은 터키 전지훈련 도중 정영삼의 플레이에 감탄해 시즌 끝나면 영삼이를 반드시 미국으로 데려가서 프로-암 대회에 자신과 같이 출전시키게 만들겠다고 했다.

- 일부 팬들이 KBL의 Dwayne Wade라 부른다고 Terrence Shannon한테 말해주니까 자기도 백번 동의하고 Wade보다 더 낫다고 한다.

- 어제 LG전 끝나고 Calvin Warner가 Terrence Shannon에게 전화해서 정영삼에 대해 극찬했다고 한다. 뭐라고 했냐고 물어보니.."그냥 모든 사람들이(외국인 선수들) 말하는거 ...11번 끝내주던데...."

특히 Terrence Shannon은 정영삼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인다. 위 동영상에도 나오지만 정영삼이 속공에서 현주엽과 매치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영삼은 Shannon에게 스크린을 걸어달라고 했지만 Shannon이 코트에서 1:1을 강력히 요구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정영삼은 스텝백 3점으로 기대에 보답한다. (사실 이때 벤치에서도 "제껴 제껴"를 소리지르고 있었으나 외곽슛을 던져서 으아아악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대로 골인. 그리고 벤치에서의 환호...ㅋ)


외국인 선수들의 평가가 전부는 아니지만 학교, 인기, 서열 등 배경을 모르는 상태에서 순수하게 농구만으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정영삼에 대한 극찬은 새겨들을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