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종오의 은메달도 이보나의 동메달과 마찬가지로 기대치 않았던 수확입니다. 언론에서는 진종오보다는 고교생 천민호에게 기대를 했습니다. 진종오는 우리나라에서 비인기 종목인 사격 중에서도 비인기 종목인 권총에서 당당히 은메달을 땄습니다. 우리나라 권총 역사상 첫 메달입니다.
거의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훈련환경에서 세계 일류 선수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기이할 뿐입니다. 한 발에 260원 하는 실탄을 하루에 보통 200발 넘게 쏴야 하니 훈련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화약총으로 실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규제도 심합니다.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권총을 구입하려면 병원 경찰서 관공서 등을 돌아다니며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도 모자라‘총포관리법’에 따라 일출 이전과 일몰 이후에는 훈련을 할 수 없도록 제한 당합니다. 대학교 때 입은 어깨부상 때문에 아직도 어깨에 철심이 박혀있으며 그로 인해 훈련도 남들만큼 속시원히 할 수 없었습니다. 올림픽에 출전한 것도 우리 나라의 여자부 쿼터를 남자부로 돌려 달라는 부탁을 국제사격연맹이 들어줬기 때문입니다. 이런 난관들을 헤치고 따낸 진종오 선수의 은메달이 어찌 값지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우리 나라 언론은 아쉬운 은메달???이라고 평합니다. 아쉽긴 아쉽습니다. 예선을 1위로 통과해 결선에 올랐으며 경기 중반까지도 금메달은 거의 확실해 보였지만 막판에 큰 실수를 해 아쉽게 놓쳤습니다. 하지만 이미 끝난 일이라면 그가 일궈낸 성과를 축하해야지 아쉽다며 은메달 자체에 김을 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중앙일보는 진종오 선수의 은메달 소식은 구석에 몰아놓고 1면에 중국의 메달 경쟁 약진을 보도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에게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메달 경쟁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이 그리 중요한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한’의 정서가 팽배한 우리나라가 더 이상 ‘아쉬움’의 동정심이 아니라 ‘환희’의 축복으로 은메달과 동메달의 진정한 가치를 꿰뚫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