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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1. 23. 03:30 - rockchalk

디트로이트 난동 사건에 대한 소고

Detroit Pistons와 Indiana Pacers간의 경기에서 스포츠사상 최악의 난동이 벌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몰지각한 관중 한명이 Ron Artest에게 맥주컵을 던지면서 시작됐다. 그 후 Artest는 관중석으로 뛰어들어가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옆에 지켜보고 있던 Stephen Jackson도 가세해 선수와 관중 간의 주먹다짐으로까지 일이 커졌다.

NBA는 사건의 주동자인 Ron Artest에게 시즌 잔여경기 출장 정지, Stephen Jackson에게 30경기 출장정지, Jermaine O'neal에게 25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외에도 사건에 간여한 여러 선수들에게 징계 및 벌금이 내려졌다.

위는 분명 팬이 잘못했다. 스포츠 선수가 공인이라고 해서 그들의 인내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디트로이트 경찰은 누가 자신에게 물을 뿌린다고해서 그 사람에게 주먹을 날릴 권리가 주어지지는 않는다고 했지만 길가는 100명을 붙잡고 얼굴에 이유없이 맥주를 부어봐라. 100명은 커녕 10명에게 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으면 다행이다. 그릇된 집단행동과 반익명성 악용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건에서 관중들의 의무와 권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관중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는 멋진 경기를 편안하게 관전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팀 혹은 선수를 응원하고 반대편을 야유하는 각종 행위도 관중의 권리다. 반대로 의무는 경기를 방해하지 않고 관전하는 것이다. 관중이지 참중이 아니다. 그들은 선수들간의 어떠한 상호작용에도 물리적으로 개입할 권리가 없다. 응원하고 야유함으로써 정신적으로 힘이 되는 것이 권리지만 물리적 속성이 동원되면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다.

NBA가 이번 사건에 선수들에게 내린 중징계 이상으로 경찰 및 디트로이트 구단은 팬들에게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 벌써 Artest에게 맥주를 던진 관중은 Palace로부터 영구추방됐다. 경찰은 중죄를 내릴 수 있는 것은 의자를 던진 인간 밖에 없다고 하는데 Fred Jones를 수차례 강타한 인간의 처벌 수위가 왜 높을 수 없는지 의아하다. 앞으로 모든 스포츠 경기장에서 관중이 이와 같은 행동을 하다가 적발되면 구단 자체적으로 표값의 몇 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리는 등 자체적인 사법권도 줘야 한다.

스포츠 팬들의 그릇된 응원행태는 도를 지나친 지 오래됐다. 한국에서 경기장에 오물을 던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구단 버스까지 불태운 적이 있다. NFL에서는 눈덩이를 만들어 경기장에 던져 경기가 몰수될 뻔한 적도 있고 경기장 밖에서 선수들에게 눈덩이를 던져 피해를 입힌 죄로 몇몇 팬이 체포된 적도 있다. MLB에서는 야구장을 찾은 부자가 경기장에 난입해 1루코치를 폭행한 사건도 있었다. Kansas Jayhawks와 Missouri Tigers의 라이벌전이 열리기 1주일전부터 Kansas선수들은 괴전화에 시달려 잠도 못잔다. 그래서 전화코드를 아예 빼놓는다고도 한다. 월드컵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상대편 숙소를 새벽에 찾아가서 꽹가리치며 추태를 부려 경기력을 하락시키려는 시도도 있었다. 이쯤 되니 선수들이 팬들에게 반격한다해도 할 말이 없다. 선수들은 선수이기 전에 한 인간이기에 인간으로 대우해줘야 한다.

그래도 이런거 저런거 다 따져봤을 때 결국에는 Artest가 참아야했다. 그가 성인군자이기 때문도 아니고 공인이기 때문도 아니고 농구선수이기 때문도 아니다. 백만장자이자 스타이기 때문이다. 별볼일 없는 바보하고 싸워봐야 손해날 것은 자기밖에 없다고 인식하지 못한 그의 잘못이다. 어떤 일이든 손익을 계산해야 한다. 관중이야 손해봐야 얼마나 손해보겠는가? 직장에서 쫓겨날 것도 아니고 벌금 내봐야 10000달러도 안될 것이다. 반면 Artest는 수백만불의 경제적인 손해를 입어야한다. 사실 Artest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처음에는 관중을 때릴 생각도 없었고 단지 Wallace한테 뺨 맞고 관중한테 화풀이하려했을 것이다. 끽해야 15경기 즈음 징계받고 벌금 내면 끝날 줄 알았겠지. 랩 앨범 홍보도 해야되는데 순간적으로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Stephen Jackson이 난입해 온 경기장을 난장판으로 만들 줄 그가 어떻게 알았겠는가?


p.s. 덕분에 이번 크리스마스에 또하나의 빅매치가 생겼다. Kobe-Shaq에 이어 Detroit at Indiana. Indiana 팬들의 반격이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