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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8. 26. 14:45 - rockchalk

[동메달] 이보나

기대하지 않았던 수확을 올리면 평소보다 기쁨은 배가 된다. 소파 사이에서 동전을 주워본적 있는가? 오랜만에 꺼낸 가방 주머니 안에서 지폐를 발견하고 기뻐하는 자신을 본적도 있을 것이다.


트랩에서 동메달을 딴 이보나 선수를 보며 그와 같은 희열을 느꼈다. 이보나 선수가 그 날 메달을 따기 위해 출전하는 지도 모르고 술 먹으로 신촌을 갔었다. 이보나보다는 유도의 이원희와 계순희의 경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트랩이라는 종목의 이름도 몰랐다. 클레이 사격인 줄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트랩은 이보나의 주종목도 아니라 한다. 아테네에서는 한번도 연습을 안하고 경기에 출전했다고 하니 참가하는 데 의의를 뒀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변경수 대표팀 감독은 "꼴찌만 하지 말라"는 농담까지 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TV화면에 나온 순위에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비록 막판 뒷심부족으로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지만 한국 트랩 역사상 첫 메달을 안겨주는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바람이 심해 변수가 많았던 것도 그에게 득이 됐다. 베테랑 선수들의 정조준을 계속 괴롭혔기 때문이다. 실력과 약간의 운으로 한국 선수 최초의 클레이 종목 메달리스트가 되어 역사에 길이 남게 됐다.



그의 주종목은 오늘 열리는 더블 트랩이다. 하지만 금메달을 장담할 수는 없다. 오히려 관심이 긴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보나와 진종오 모두 금메달을 눈 앞에 두고 놓친 것도 막판 긴장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트랩 때에 비해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고 경기에 나설 것이다. 게다가 이보나는 원래 금메달권이 아니다.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메달을 딴 적이 한번도 없었다. 4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긴장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기만을 바란다. 마음을 비우고 경기하다 보면 트랩 때와 마찬가지로 의외의 수확을 거둘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