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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10 15:22 - rockchalk

하승진의 NBA진출에 관한 생각


글을 쓰기에 앞서 많은 사람들이 하는 오해를 하나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NBA진출 가능성"과 "NBA성공 가능성”을 혼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하승진 선수의 "NBA진출"에 대해 논의하는 만큼 우리는 야오밍이 아니라 조지 뮤레산 정도를 비교대상으로 삼아야 합니다. 


먼저 왜 하승진인가? 키만 크고 점프도 없고 느리고 기량은 서장훈이나 심지어 김주성보다도 못한데 왜 하승진인가? 키크면 다 NBA가는 줄 아는가? 아마 하승진의 NBA진출을 부정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견해를 지닐 수 있습니다.  저에게 하승진의 NBA진출 가능성을 물어본다면 30% 정도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저도 좀 부정적인 편입니다.) 그러나 서장훈이나 김주성의 NBA진출 가능성을 묻는다면 주저없이 0%라고 말하겠습니다. 왜냐? NBA는 실력과 더불어 잠재력을 봅니다. NBA에서는 셰인 베티에보다 콰미 브라운, 타이슨 챈들러, 에디 커리가 드래프트에서 먼저 뽑혔습니다. 김주성이나 서장훈에게는 없는 잠재력이하승진에게는 있습니다. MLB가 한국에서 박찬호보다 평가가 더 좋았던 조성민이나 임선동을 제치고 박찬호를 택한 이유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겠습니다. 박찬호에게는 그들이 원하는 스터프(Stuff)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서장훈은 젊었을 때 미국에 갔다면 NCAA정도에서는 충분히 뛸 수 있었다고 판단합니다. 같은 체격의 외국선수들에 비해 느리긴 해도 슛이 좋기 때문이죠. 현재 한국에서만큼의 활약을 기대하지는 못했겠지만 롤 플레이어 정도의 활약은 충분히 할 능력은 있습니다. 김주성 선수도 긍정적으로 봐서 가능할 수도 있었겠죠. 그러나 이 둘이 왜 NCAA는 되는데 NBA는 안되냐? 


NCAA에서 날고 기는 선수들도 어중간한 트위너로 찍히면 NBA를 못갑니다. NBA는 먼저 신체 능력을 봅니다. 신체능력은 체격조건과 운동신경을 포함합니다. 잠재력과 신체능력은 거의 비례합니다. 그 다음에 센스를 본다고 합니다. 이 선수가 운동능력은 딸리지만 그것을 커버할 수 있는 다른 센스가 있는가? 마지막으로 뭔가 하나만으로도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봅니다. 스티브 커의 3점슛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습니다. 


서장훈은 이미 나이가 너무 많기에 논외로 하고 김주성만 살펴보겠습니다. 김주성은 키 205에 98KG입니다. 현재 NBA에서 뛰는 선수 중 비슷한 체격을 지닌 선수들을 살펴보겠습니다.  


Mike Dunleavy Jr.(206, 100kg), Antwan Jamison(206, 101kg), Chris Jefferies(203, 102kg), Andrei Kirilenko(206, 102kg), Tracy McGrady(203, 95kg), Darius Miles(206, 95kg), Bostjan Nachbar (206, 100kg), Bo Outlaw(203, 99kg), Lamar Odom(208, 100kg), Tayshaun Prince(206, 97.5kg), Clifford Robinson(208, 102kg), Jalen Rose(203, 98kg), Hidayet Turkoglu(208, 99.8kg), Qyntel Woods(203, 100kg), Monty Williams(203, 102kg), Chris Wilcox(208, 100kg), 


휴~ , 물론 빼먹은 선수도 있겠지만 대략 이 정도인 것 같습니다. 김주성과 키는 3cm이내 몸무게는 5kg이내 (사실 5kg도 10파운드가 넘는다는걸 감안하면 좀 큰 차이긴 합니다.) 이 체격조건의 특징인 뭔가요? 윙 플레이어가 많다는 점입니다. 어지간한 기술과 스피드를 가지고 체급을 하향조정하지 않으면 뛰기 힘듭니다. 골든스테이트에서 뛰고 있는 마이크 던리비의 다재다능함은 널리 알려져있음에도 현재 활약이 기대에 비해 시원찮습니다. Bostjan Nachbar선수 휴스턴에 지명된 후 그다지 많은 출전시간을 갖진 않았지만 이선수도 재작년에 열린 세계영맨선수권대회에서 대단한 활약을 했던 선수입니다. 3점슛도 괜찮고 심심찮게 드라이브인덩크를 할 정도로 과감성도 지닌 능력 있는 선수입니다. 


NBA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현재 NBA에 진출해있는 선수들을 능가하지는 못할지언정 비슷한정도의 실력은 되야하지 않겠습니까? 단순히 신체조건만으로 봤을때 김주성이 위 선수들에 비해 스피드, 점프력, 파워등에서 특별히 나을게 하나도 없습니다. 게다가 상기했듯이 위 체격조건군의 선수들은 대부분 윙플레이어들인데 김주성은 윙플레이어로서의 능력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골밑에서 비빌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Bo Outlaw같은 초특급 근성도 파워도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김주성보다 실력으로 떨어져보이는 하승진에게는 왜 관심을 보이는가? 김주성은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부상 중인 하승진은 왜 테스트하는가? 그야 물론 상기한대로 체격조건입니다. 체격조건이 그렇게 중요한가? 김주성의 가능성을 과감히 0%라고 말하면서 하승진은 왜 30%씩이나 주는가? 그 이유는 김주성이 NBA에서 수행할 수 없는 것을 하승진은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주성이 득점, 리바운드, 블록슛, 패스, 등의 능력을 수치화하면 NBA진출가능 최저치라고 할 수 있는 100 이라는 수치에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반면 하승진의 경우 키하나만으로도 블록슛과 리바운드 부분에서는 현재는 50일지언정 100을 넘어서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주성은 안되도 하승진은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배구에서 리베로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키도 작고 공격력도 없는 리베로를 왜 공격력 있는 다른 선수대신 출전시키는걸까요? 공격은 다른 선수들이 해도 되기 때문입니다. 후보선수에게 공격력이 있으면 뭐합니까? 어차피 공은 하나고 그 선수에게 공격기회가 잘 돌아가지 않을 것인데.. 김주성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주성과 하승진이 같이 벤치에 있다고 가정합시다. 김주성이 공격력이 하승진에 비해 좋고 하승진은 김주성보다 잘하는게 블록슛밖에 없지만 그 부분에서는 월등한 능력을 발휘한다고 가정합니다. 김주성이 하승진에 비해 잘해봤자 어차피 김주성에게 공격기회는 거의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리바운드라도 딸 수 있느냐? 그것도 여의치 않습니다. 다시 말하면 김주성이 공격에서 가진 80의 능력이나 하승진의 50의 능력은 NBA의 100 이라는 최저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한 똑같이 0 이라는 것입니다. 즉, 김주성은 코트에 나가서 팀에 긍정적인 역할을 거의 수행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하승진은 블록슛하나는 NBA에서 통하기 때문에 situation player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위에서 하승진의 능력에 관해서는 물론 잠재력이 발휘됐을 경우에 가정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능력은 어떨까요? 현재 하승진의 고교무대에서의 위력은 그야말로 압도적입니다. 신체적으로 다른 선수들과 차이가 확연합니다. 


제가 하승진을 처음 제대로 본것이 아마 2001년 6월 대통령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한 경기에 한쿼터 뛰기도 벅찼습니다. 밑의 분과 비슷한 생각이었습니다. 그 키에 덩크도 제대로 못하고 자기 손에 닿은 리바운드도 확실하게 못 잡았습니다. 그렇지만 이후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고교선발팀이 모였을 때 대학팀들과의 연습경기를 서너 차례 관전하고 그해 10월 전국체전에서 다시 봤습니다. 다음은 전국체전 당시의 느낌을 글로 적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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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진의 위력이 날로 그 힘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전남제일고와의 경기에서 하승진은 과감성(덩크 2차례, 돌진성 공격), 부드러움(훅슛시도, 왼손레이업 2차례-송창무는 오른손도 아직 헤매고 있는 상태죠.) 등을 조화하며 경기를 지배했습니다. 


고교선발팀에서 뛸 때보다도 더 성장한 느낌입니다. 체력적으로도 많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올 봄만해도 게임당 5분을 뛰던 선수가 이제는 거의 25분 가까이 소화합니다. 백코트도 많이 좋아졌고 블록 타이밍(그 전에는 블록한다기보다 공이 와서 손에 맞는 수준이었습니다.)이나 순발력도 발전했습니다. 그가 뛸 동안은 고교 선수 중에 경기지배력이 가장 뛰어납니다. 풀 타임을 소화할 수 있다면 고교무대에서 이제 그의 적수는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승진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무엇보다 기본기 및 센스에 있습니다. 송창무는 농구를 늦게 시작했는지 아직 스냅도 안 좋고 블로킹 감각도 떨어집니다. 차동욱은 슛센스는 있으나 기본적인 농구센스가 많이 떨어집니다. 볼 핸들링도 안 좋고요. 이에 반해 하승진 같은 경우는 농구를 오래해서 그런지 공에대한 적응력이 차동욱이나 송창무에 비해 상당한 수준입니다. (he has very good hands-한글로 어떻게 설명해야될지 몰라서..--;) 손가락으로 공 돌리기도 상당히 능숙합니다. --; 슛할때 스냅도 상당히 좋고 자유투도 굉장히 정확합니다. 


우리나라 농구계의 미래를 이끌어갈 유망주로 낙인찍혀서인지 몰라도 삼일상고 코치도 하승진에 대해 극심한 배려를 하고 있습니다. 보통 신경쓰지 않을 사소한 부상에 대해서도 하승진의 경우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암튼..하승진이 얼마나 더 성장하고 부상없이 선수생활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가 이대로 순항한다면 우리나라 농구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선수인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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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 하승진에 대한 마지막 감상이었습니다. 


2002년 협회장기 전국남녀중고교농구 대회에서 고2 하승진을 만났습니다. 당시를 글로 써놓은 것이 없네요.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한게임을 거의 풀타임 소화했다는 것입니다. 거의 1년사이에 5분밖에 못뛰던 선수가 한게임을 풀타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기술적으로도 약간의 발전이 있었습니다만 그보다는 공격시 더욱 자신감을 갖고 과감하게 공격을 시도했다고 하는 것이 맞을겁니다. 예전에는 골밑 노마크상태에서 공을 잡아 제자리에서 뛰어서만 덩크가 가능한 편이었는데 이제는 피벗으로 한발 나가서 덩크까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외곽슛을 시도하진 않아서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슈팅력은 자유투로 밖에 가늠할 수 없습니다만 자유투가 70%정도 되는 걸로 봐서 슈팅도 꽝은 아닌 듯 합니다. 고교무대에서 하승진만 나오면 게임이 안될 정도로 그의 경기 지배력은 대단합니다. 


저는 마지막으로 여기까지 봤습니다. 그 이후 전국체전 등의 대회에 나갔으나 보진 못했습니다. 얼마나 더 성장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제자리걸음이라 하더라도 NBA에서 충분히 관심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삼일상고 윤세영 감독이 중앙일보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2년 전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할 때보다 체력이 1백배는 좋아졌다. 부상 위험 때문에 그동안 하승진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았다.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했는데 이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합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남은 질문한가지 하승진은 더욱 성장할 수 있을까? 여기서 NBA가 등장하는 것입니다. 다저스가 박찬호를 데려간 것은 자신들이 키울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박찬호가 한국에 있었다면 그정도로 성장했을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니라 생각할겁니다. 박동희정도에서 머무르지 않았을까...하승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세대의 최승태 선수가 하승진의 성장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졌습니다. 이유인즉, 자기와 비슷한 신장의 선수와 상대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맞습니다. 맞고요~ ...김주성도 만약 자신과 비슷한 신장의 선수와 경쟁할 수 있었다면 골밑슛외의 옵션도 다양하게 가질 수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하승진이 국내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미국에 진출한다면 그의 성장 가능성은 한층 더 밝아집니다. 미국에는 하승진을 견제할 수 있는 선수들도 널렸고 하승진급 장신에 대한 노하우도 한국에 비해 많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하승진이 꼭 발전한다고 장담할 수 없으나 충분히 걸만한 도박이라 생각합니다. 최소한 로또 1등 당첨될 확률보다는 훨씬 높을 겁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하승진이 NBA에 진출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물론 아주 큰 희망은 갖지 않습니다. 10분정도 출전해서 리바운드 3개 정도 잡아주기만해도 만족입니다. 새크라멘토 가서 레이커스와의 경기에만 나와서 샤크를 상대로 반칙만 하고 들어가도 만족입니다. 희망을 갖는 제일 큰 이유는 하승진이 이대로 "성장한다면" 뮤레산보다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마뉴트 볼도 NBA에서 잘 뛰었고 현재 멍크 바테르도 로스터에 올라있습니다. 하승진이 키도 크고 체격도 마르지 않고 살도 있기 때문에 몸싸움도 그럭저럭 될겁니다. 기술이야 미국에 가서 더 체득해야겠습니다. 


하승진의 NBA진출 가능여부를 따지기보다는 하승진을 무조건 NBA(아니더라도 NCAA)에 진출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것이 한국농구가 발전할 수 있는 길입니다. 하승진이 국내에 남아있다면 하승진의 소속팀은 거의 무적이라고 봐야됩니다. 샤크의 지배력보다 더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거듭말하지만 하승진의 NBA진출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한 글입니다. NBA성공가능성과는 별개입니다. 우리 자신의 눈높이만 조금 낮추면 충분히 가능성 있습니다. 하승진이 NBA가서 꼭 주전이 되고 올스타가 되야 NBA에 진출한 것이 아닙니다. 로스터에 끼기만해도 NBA진출에 성공한 것이고 그렉 오스터텍정도로만 해도 우리는 하승진에게 실패작이라고 할 수 있는 어떠한 권리도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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