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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6. 3. 13:36 - rockchalk

유니폼 광고는 백해무익

조만간 New York Knicks 유니폼에 삼성 로고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David Stern은 최근 NBA 유니폼에도 광고를 넣을 수도 있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적절한 가격에서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Dallas 구단주안 Mark Cuban은 자신의 블로그에 유니폼 광고를 지지하는 글을 올렸다. NBA에서는 현재 유니폼 제조사조차도 상표를 보이는 곳에 부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찬성하는 입장에서 대는 근거는 첫째 NBA선수들의 몸값을 감당하기 위해 불가피하다. 둘째, NBA가 MLB나 NFL에 비해 국제화에 앞선 현재가 최대 수익을 낼 수 있는 호기다. 셋째, 다른 스포츠도 한다. 삼성은 지난 달에 5년 1억불 계약을 맺고 첼시 유니폼에 로고를 부착하는 권리를 샀다. 경제 논리로는 맞는 말이지만 결국에 관중이 있어야 스포츠가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쉽게 내릴 결정은 아니다.

먼저 유니폼 광고는 미관을 해친다. 타 스포츠 유니폼은 몰라도 농구 저지는 패션 아이템으로 발전했다. 단순히 경기장에서 팀에 대한 사랑을 표출하기 위한 응원도구가 아니다. 광고 유치로 인한 수입보다는 유니폼 매출 감소 및 이미지 훼손으로 더 큰 손실이 훨씬 더 크다. NASCAR의 트랙을 달리는 멋진 차들이 멋있어 보이나? 광고로 뒤덮인 차들을 보면 자동차 기술의 결집체보다는 왠지 고물에 가까워보인다.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든다. 우리나라 스포츠 구단의 유니폼을 사지 않는 이유는 디자인이 구린데다가 잘 팔지도 않지만 무엇보다 기업 로고가 대문짝만하게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 현대 등 기업 로고가 유니폼에 붙어 있는 걸 보면 사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난다. 그래서 생각해본 적이 있다. 만약 두산 베어스가 아닌 폴로 베어스였다면 혹은 LG 트윈스가 아닌 나이키 트윈스였다면 유니폼이 잘 팔리지 않을까?

둘째, 팀과 기업의 연상작용으로 인해 외부효과가 증대된다. 내가 20년째 한 구단을 좋아하는데 그 구단이 내가 싫어하는 기업의 로고를 유니폼에 붙인다고 하자. 이는 골수팬에 대한 공정한 처사가 아니다. 팬들은 팀의 이미지, 전통, 선수 뿐 아니라 로고까지 봐가며 좋아하는 팀을 골라야 한다.

셋째, 팀간 빈부 격차가 커진다. 안 그래도 스몰 마켓들은 불리한 위치에 있는데 유니폼 광고를 허용할 경우 더 불리해진다. 인기 구단의 광고료는 그렇지 않은 구단에 비해 훨씬 낮을 것이고 이는 선수단에 대한 투자의 불균형을 야기한다. 자연히 전력 불균형은 해당 스포츠 자체의 품질을 떨어뜨려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다. 메이저리그나 우리나라 배구를 봐라. 메이저리그가 일부 대도시만의 스포츠가 되니 스몰마켓 팬들은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 야구를 외면해 야구의 저변이 줄어들고 있다.

넷째, 팬들에게 이익이 오지 않는다. 시각 공해를 감당해야하는 건 팬인데 팬에게는 전혀 이득이 없다. 구단 수입이 증대한다고 해서 표값을 떨어뜨려주는 일은 절대 없다.

몇 해 전에 메이저리그에서 베이스에 스파이더맨 광고가 여론에서 비난의 화살을 맞고 그 뒤로는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광고가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신성한 영역이 남아있다. 선수 몸값 인플레이션의 주범인 Cuban은 NBA전체에 경제적 안정에 대해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