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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8. 15. 23:22 - rockchalk

남자 농구 국가 대표팀의 패배 이유 및 雜想

중국 톈진에서 열린 제25회 아시아남자농구 선수권 대회 8강전에서 레바논에게 탈락했습니다. 가드진이 약했네, 심판이 편파적으로 판정했네, 자유투가 안 들어갔네, 벤치의 미스네...하는 등등 여러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결론은 간단한 것 같습니다.. 레바논이 우리보다 좋은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많이들 우리의 실력이 레바논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 충격적인 패배????

레바논전 패배를 굉장히 충격적으로 생각하는데 애초에 객관적인 전력으로 우리가 이길 가능성이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FIBA 랭킹으로 봐도 뒤지고 최근 전적에서 뒤집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최근에 레바논에게 패했을 때보다 전력을 보강했는가? 잘은 모르지만 아니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레바논은 그 사이에 전력 누수가 있었는가? 잘은 모르지만 귀화선수들을 오히려 보강한 것으로 압니다. 그것도 어중이 떠중이가 아닌 Jackson Vroman과 Matt Freije(중계에서는 '프라이제'라고 했으나 '프리히'가 맞음)라는 나름 걸출한 선수들을 영입했죠.

아쉬운 패배가 아닌 충격적인 패배로 묘사되는 것을 보면 그만큼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희망을 찾아야하지 않을까요? 대부분 젊은 선수로(프로 3년차 이하) 구성된 팀으로 레바논과 용병 2명이나 뛴 팀과 나름 접전을 펼쳤습니다. 만약 한국 국가대표팀에 용병 2명이 뛰었다면?? 자유계약 시절 외국인 선수가 아니더라도 테런스 레더와 크리스 다니엘스 2명이 대표팀에 보강된 상태에서 레바논과 다시 붙는다면 결과는 분명 달랐을거라 생각합니다. 

 

 

 

 


◎ 아시아의 맹주???

언제적 얘기인가? 대회 탈락할 때마다 계속 되풀이되는 아시아의 2인자 자리를 놓쳤다는 내용. 아시아의 2인자 자리는 무슨 아홉 목숨을 가진 고양이도 아니고 도대체 몇번씩이나 놓치는건가요? 예전에 놓쳤으면 이제는 밑에서 정상을 향해 다시 오르고자 겸손한 마음으로 준비해야되는데 언론에서부터 마음가짐이 그렇지 않으니 그렇게 될리가 없었겠죠?

어느 시점에서 어떤 팀보다 잘했다고 해서 계속 잘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야구에서 우리한테 지는 일본은 그럼 나가 죽어야 하고 미국 야구는 또 어떻고요?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국가에서 특별히 잘하는 선수가 나오거나 안 나올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예전에 2인자였기 때문에 지금도 당연히 최소 2인자 자리는 유지해야한다는 발상은 말이 안되고 2인자 자리에서 물러났으니까 다시 2인자 혹은 그 이상이 될 수 없다는 절망감을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 국가대표 퇴보의 원인은????

외국인 선수 의존도를 필두로 여러가지 의견이 있지만 개인적인 의견부터 얘기해보겠습니다. '아웃라이어'를 읽어보면 재능의 차이와 숙달의 차이에 의한 혼동을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그동안 농구를 중동에 비해 재능이 있어서 잘했던 것이 아니라 먼저 숙달했다고 생각합니다. 드림팀이 출범한 1992년 이전에 농구도 거의 야구와 비슷하게 세계화가 덜 돼 일부 국가만이 즐기는 스포츠였고 한국은 그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드림팀 출범 이후 농구는 세계 각국의 인기 스포츠로 발돋음하면서 각국의 실력도 나날이 좋아진 반면 한국의 발전 속도는 나머지 국가들의 속도를 쫓아가지 못했습니다.

왜 쫓아가지 못했나? 하드웨어가 제일 큰 원인이겠죠. 태생적으로 동북아시아인들은 농구에 필요한 신장과 체격과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인종입니다. 한국은 이미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적으로 거의 정점을 찍은 상태였던 반면 중동국가들은 자신들의 하드웨어에 비해 부족했던 소프트웨어를 이제 갖추기 시작한 것입니다.

 

 

 



◎ 해답은???

어려운 문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이 농구에 체질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스포츠라 생각하기 때문에 국제 경쟁력은 지금보다 크게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장신화?? 말이 쉽지 굉장히 어려운 과제입니다. 장신들이 태어나야지. 걔네가 전부 농구를 한다는 보장도 없고. 농구를 한다고 하더라도 농구에 재능이 있다는 보장도 없죠. 또한 키만 커서 될게 아니라 체격이 좋아야죠. 키하고 체격을 갖췄더라도 운동능력이 부족하면 안됩니다. 키, 체격, 운동능력을 갖췄더라도 농구 이해도가 떨어지면 안됩니다. 이 모든 걸 갖췄어도 성실성과 승부욕이 결여돼있으면 곤란합니다.

개인기 구사??  역시 어려운 과제입니다. 개인기를 발휘할 신체적인 능력이 타인종에 비해 부족한데다 어려서부터 워낙에 개인기보다는 팀웍을 중시하는 농구 환경에서 자라는지라 쉽게 바뀌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입니다. 

 

외국인 선수제 폐지?? 외국인 선수제는 폐해도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한국 농구 발전에 기여한 점도 있습니다. 거의 모든 국가에서 외국인 선수를 쓰는 마당에 우리한테만 피해를 줬다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

 

 

 

정말 해결책이 무엇일까요? .... 운 좋게도 한국에서 마이클 조던급 불세출의 선수 2명 정도 나와서 개인기량으로 세계무대를 장악하면 모르겠습니다.

 


 



◎ 그럼 국제무대에서 성적도 못내는 국내농구는 뭐하러 보나요??

저는 농구를 좋아하니까요..... 전 KBL도 좋아하고 NBA도 좋아하고 아마농구도 좋아합니다. 물론 제일 좋아하는 건 NCAA입니다. 똑같은 농구지만서도 각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국제경쟁력이 없다고 국내농구를 안 본다고 하면 글쎄요.....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자식이 성적이 안 좋다고 안 보나요??

사실 한국 국대경기 뿐만 아니라 모든 농구 국대 경기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습니다. 끽해야 한두달 연습하고 호흡을 맞춰서 나온 농구의 질이란게 한계가 있기 마련이죠. 우리도 우리지만 레바논의 농구가 그다지 대단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건 국대 농구의 한계라 생각합니다.

 

팀이란 오랜 기간 같이 뛰면서 호흡을 맞춰야 팀의 구심점도 생기고 틀도 생깁니다. 국대라고 해서 패턴 몇개 주고 이렇게 해, 하면 순식간에 그렇게 되는게 아닙니다. 미국 국가대표팀들이 더 재능 있는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번번히 유럽 및 남미팀들에게 패한 이유가 그것입니다. 드림팀과 레이커스가 붙는다면 누가 이길까요? 전 후자에 걸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