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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4. 16. 00:32 - rockchalk

복싱의 종말?

De La Hoya retires :: AP
‘복싱 전설’ 호야, 링에서 내려오다  :: 경향신문 (김창영 기자)

오스카 델라 호야가 오늘 은퇴를 선언했다. 복싱계의 마지막 거성이 사라진 날인 동시에 복싱계의 종말이다.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복싱은 세계적으로 인기 스포츠였다. 복싱 영웅들은 그 어떤 스포츠 스타 못지 않은 후한 대접을 받았다. 모하메드 알리, 슈가 레이 레너드, 조지 포먼, 마이크 타이슨, 차베스 등은 많은 슈퍼스타를 배출한 스포츠였다. 특히 마이크 타이슨이 경기하는 날은 월드컵 결승전을 방불케할 정도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마이크 타이슨이 일본에서 버스터 더글러스에게 패한 경기의 충격은 아직도 남아있다. 한국에서도 유명우, 문성길, 박영균 등 세계 챔피언들의 경기는 대박 시청률을 보장했다. 극중 인물이었지만 실베스타 스탤론이 열연한 Rocky는 최고의 영화였고 인기 만화의 단골소재였다.

복싱 경기 그 자체도 그렇지만 복싱은 삶의 구석구석 파고 들었다. 가장 많이 듣는 헝그리 정신은 복싱에서 태동했다. 가난했던 우리네 삶의 울분과 분노를 확 털어내고 달래준 그리고 그 가난을 벗어나고자하는 의지와 염원이 담긴 스포츠가 복싱이었다. (그 놈의 헝그리 정신은 아직까지도 한국 스포츠사에 길이 보전됐다. 어떤 스포츠에서든 실패하면 배가 불렀다는 등 헝그리정신이 부족해서라는 지적이 가장 앞선다.)

그러나 마이크 타이슨이 전성기 때 구속된 이후 헤비급에서 거물급 스타를 배출하지 못한데다가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헝그리 정신의 혼이 담긴 복싱은 더이상 가슴에 와닿는 스포츠가 아닌 야만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더 자극적인 종합 격투기에 밀려 최강의 남자를 가리는 종목의 의미도 상실했다.


'골든보이' 오스카 델라 호야의 은퇴를 보며 복싱의 옛 영광을 회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