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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5. 11. 16:53 - rockchalk

경향 스포츠신문은 이미 실패작이다.

트랙백 : 경향 스포츠신문 '제2의 굿데이' 되나


경향신문이 새로운 스포츠신문을 창간한다고 한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한다. '경향 스포츠(가칭)'의 떡잎인 스포츠칸을 보니 '제2의 굿데이'가 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시작이 반이라 하니 경향 스포츠는 벌써 50% 실패작이다.

이와 관련 기자협회보는 이세환 스포츠칸본부장의 말을 인용, “기존 스포츠지들이 독자들의 트렌드 변화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며 “스포츠칸이 이러한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면 신문시장 안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본격 진출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존 스포츠지들이 독자들의 트렌드 변화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정확히 집어냈다. 그리고 틈새시장을 공략한다고 한다. 진정한 스포츠 마니아들을 잡겠다는 계획인 것 같다. 말은 똘똘한데 실제 경향 스포츠의 떡잎인 스포츠칸은 어떤지 살펴보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스포츠칸


윗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스포츠칸'이라는 간판을 달고 어이없게도 연예소식을 더 비중있게 다룬다. 이발소 간판달고 부업(?)하는 것을 퇴폐이발소라하니 스포츠 신문이 부업(?)하는 것을 퇴폐신문이라 하겠다. 화면을 3등분했을 때 2/3가 非스포츠 소식이다. 세부 메뉴를 보면 전체 14개 카테고리 중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5개만이 스포츠 관련이다. 오늘은 메인 기사도 연예소식이다. 그나마 타사이트들의 조잡한 기사배치와는 달리 스포츠 기사 목록을 중앙에 깔끔하게 정렬하고 기사 제목을 크게 해서 눈에 잘 들어오게 만든 것이 위안점이다.

인쇄신문도 스포츠 신문이라는 문패를 달고 연예소식만 잔뜩 싣는 것이 못마땅했다. 어제 스포츠한국(무가지)는 전체 20페이지 중 스포츠에는 불과 7페이지만 할애했다. 그런데 지면의 제약이 없는 인터넷에서까지 이 따위 편집을 보여주는 것은 그 어떤 설명으로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는 타사이트도 마찬가지다. 스포츠 동아는 더 개판이다. 스포츠칸은 그나마 한 화면 내에서라도 스포츠와 연예를 깔끔하게 따로 배치했는데 스포츠 동아는 스포츠 기사와 연예기사를 어지럽게 색칠해놔서 스포츠의 형체를 알아보기도 힘들다. 스포츠 칸이나 스포츠 동아나 괜히 스포츠의 이미지에 먹칠하지 말고 옐로우 칸, 옐로우 동아로 이름을 바꿔서 연예소식이나 다뤄라.

차라리 종합신문의 스포츠 섹션이 훨씬 낫다.

경향신문의 스포츠 섹션



이미지가 줄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클릭해서 제대로된 화면을 살펴보면 공해 없이 순수 스포츠만으로 꾸며서 정리도 훨씬 깔끔하고 기사도 눈에 잘 들어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화면에 보이는 기사 수도 스포츠칸에 비해 훨씬 많다. 스포츠 팬이라면 진정한 마니아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스포츠칸과 경향신문의 일반 스포츠 섹션 중 어디를 가겠는가?

전체를 살펴보지 않아서 확언할 수는 없지만 기사는 다른 것 같다. 많이 본 기사 순위에 있는 기사도 다르고 목록을 살펴봐도 다르다. 그런데 둘 다 경향신문 소속 기자들이 쓰기 때문에 질적으로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스포츠 칸이 더 심층적인 기사를 다루는 것 같지도 않고 오히려 업데이트는 일반 스포츠 섹션이 훨씬 더 잦다.

스포츠 칸이 이따위니 경향 스포츠의 앞으로 행보는 당연하다. 제2의 굿데이다. 기사의 질적인 면으로는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일테니 선정성으로 후발주자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굿데이마냥 파산의 길로 걸어갈 수 밖에 없다.

스포츠칸만의 문제는 아니다. 애초에 망가진 스포츠 조선(최근 보도는 개념이 많이 잡혔다.), 스포츠 서울, 일간 스포츠, 스포츠 투데이 등 한국 스포츠 언론을 오늘날의 쓰레기 수준으로 망가뜨린 주범들은 회생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출발하는 스포츠 칸에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존 스포츠 신문의 저질보도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스포츠라는 범주에 언제부터 오락과 연예가 끼었는지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다.

인터넷 스포츠칸이 신문으로 그대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제발 내 생각이 기우에 그치길 간절히 기원한다. 기사의 질은 둘째치고 제발 스포츠 신문에서 연예를 빼버렸으면 좋겠다. 기자들의 자질과 스포츠 관계자들의 인터뷰 태도가 개선되지 않는 한 내용면에서 큰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지만 스포츠 신문에서 연예면을 떨궈내는 것은 한국 스포츠 언론의 발전을 위한 큰 전진이 될 것이다. 인터넷에서만이라도 스포츠를 연예와 분리해야한다.



덧. 스포츠 칸이라고 경향신문 내 스포츠 섹션이 따로 있었나봅니다. 그것을 스포츠신문으로 격상하는 모양인데 제가 스포츠칸 인쇄판을 본 적이 없어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스포츠칸 인쇄판을 보신 분 있으시면 기존의 스포츠신문과 달랐는 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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