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2005. 1. 8. 23:29 - rockchalk

하승진 NBA 데뷔전의 허구



오늘 하승진이 한국인 사상 처음으로 NBA코트를 밟아 한국 농구 역사에 새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하승진은 포틀랜드와 마이애미의 경기에서 4쿼터 51초경에 출전해 1분간 뛰었습니다.

NBA팬으로서 숙원인 한국인 NBA진출이 현실화 됐는데도 전혀 기쁘지 않고 분하기만 합니다. 이번 하승진 계약은 농구적인 측면보다는 상업적인 의도가 짙게 깔려있는 것이 원인입니다. 포틀랜드는 하승진에게 타부세 효과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승진이 NBA에 진출할 기량을 아직 갖추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그저 가끔 코트에 내보내주고 한국 팬들 돈 뜯어먹으려는 심상입니다.



그러나 포틀랜드는 시장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저지'로 쓰이는' Jersey'를 '저어지'로 우스꽝스럽게 표기한 것만 봐도 얼마나 급조된 마케팅인 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하승진의 가치와 한국 팬들의 성향을 완전히 오판했습니다. 타부세는 일본에서 그야말로 농구에 관해서는 국민적 영웅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오빠부대를 몰고 다녔으며 그가 경기하는 곳 체육관은 매진행진을 거듭했습니다. 심지어 일본에서 콜라 광고까지 했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하승진을 아는 사람 자체도 별로 없고 플레이를 본 사람은 NBA팬 중에도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비록 현재 포틀랜드 공식 사이트에서 진행 중인 설문조사에서 하승진이 주전 센터로 뛰어야 된다는 답변이 67%를 차지하며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이것은 한국 네티즌의 농간일 뿐 실제 한국 내 인기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인지도가 없으니 '저어지'가 팔릴 리 만무합니다. 차라리 김승현을 데려다 썼으면 그나마 팔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승진은 지금도 ABA에서 열심히 실전 훈련을 쌓아야 합니다. 그래도 오늘 보니 움직임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한국에서 매일 2-3지역방어를 서며 짱 박혀 있었으니 움직임이 늘리 없었지만 미국에서 대인방어를 하면서 발놀림이 몰라보게 향상됐습니다. 더군다나 잠깐 본 수비자세도 하승진급 빅맨답지 않게 유연했습니다. 달리는 것도 썩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아직도 몸에 군살이 많아서인지 점프시 자기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건 고된 훈련을 통해 고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타부세와 같이 단순히 상업적인 용도로 쓰일 뿐 아니라 향후 선수로서도 활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승진의 NBA 데뷔는 미국 NBA의 상업성과 타부세 후광이 빚어낸 해프닝입니다. 하승진의 데뷔가 불순한 목적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 아직도 못내 아쉽습니다.





덧붙임

타부세 NBA진출 배경에 드리운 상업성은 비단 저 뿐 아니라 널리 인식돼 있는 바입니다. 심지어 CNNSI 칼럼에도 나왔을 정도입니다.

다음은 CNNSI 칼럼니스트 Dave Hollinger의 칼럼 중 일부입니다.

• In other news, the Suns waived merchandising mascot Yuta Tabuse this weekend. Oh, his business card said "point guard", but you didn't think he was on the team for basketball reasons, did you? I'm sorry, but this was about the most cynical attempt to sell jerseys I've ever seen (click this link if you don't believe me), ranking about half a notch below "Manute Bol playing hockey" in the catalog of obvious marketing ploys.

I suppose it was brilliant in an evil genius kind of way -- bring in the league's first Japanese player, make big bucks selling Suns gear with his number in Japan (Tabuse is a big, big deal over there, as I learned on a visit this summer -- he's even got his own Coke commercial) and then let him go before contracts are guaranteed. They must have made millions on this. If next week they announce they've signed the NBA's first player from Liechtenstein, I smell a rat.



마지막 문장이 의미심장합니다. "다음 주에 Liechtenstein 출신 첫 NBA선수를 소개한다면 뭔가 수상한 낌새가 보인다. " 그리고 짜잔. 위 칼럼이 쓰인지(12월 21일) 약 일주일 뒤(12월 27일) 포틀랜드에서 누구를 계약할까요? 딩동댕. 정답입니다. 그리고 2라운드 픽으로는 정말 이례적으로 팝업창까지 띄우고 어설픈 한글까지 동원해 광고합니다.

하승진은 타부세와는 달리 실력으로 NBA갈 재목입니다. 하지만 데뷔 시기는 분명 상업적인 의도로 앞당겨졌고 '현재는' 어릿광대 역할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한국인으로서 이용당한다는 느낌에 분함을 표한 것 뿐입니다. 그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제목은 하승진의 데뷔지만 하승진 본인에 대한 글은 아닙니다.



관련글
2005-01-09 비관적일 필요도.. 비판적일 필요도.. :: hmstyle
2005-01-12 I ♡ HA :: 페니매니아